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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2 02:01

착해지고 싶다

ㅇㅇ 18.10.22 02:01 (*.160.45.99)
조회 123 추천 1 댓글 9

중고등학교 학창시절부터, 사춘기 때문인지, 갑자기 '왜 꼭 착해야만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 지 몇년이 흐른 후, 현재 나는 도덕성의 개념을 아예 상실해버린 듯 하다.

 

부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자를 '나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덕성을 떠나, 그저 못배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비상식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하는 자를 '악인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반사회적 성향을 띈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

 

예의바르고 도덕적인 자를 '착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지관리와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좋게 생각해 줄 뿐, 이 사람의 선한 마음에는 관심이 없다.

 

남을 돕기를 좋아하고 신앙심이 깊은 자를 '선인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종교에 미쳤다 라고 생각하고 피한다.

 

더 이상 어렸을때처럼 도덕성을 따지지 않는다. 무엇이 사회적으로 납득가능한지, 평범의 선을 넘지 않는지 - 그것만을 생각한다. 만약 악을 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norm이라면, 나는 선을 행하는 자를 손가락질 할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나의 일상적인 행동에도 들어난다. 모두가 나쁜년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아이를, 나는 '아닌데? 난 걔가 똑똑한것 같은데? 잘한거 아니야?'라고 말하여 주위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들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친절하게 온 여학생의 메시지를 '얘는 왜이렇게 착한척을 하지? 여자애들 특징인가? 여특?ㅋㅋ'라고 생각하며 시큰둥하게 답장을 보내 상처를 주고 거기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밝게 인사해오는 사람들을 무표정하게 손만 흔들며 지나치고, 나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을 뒤에서 폄훼하며, 이런 것들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였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 꼬일 대로 꼬인 인간 - 그게 나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로 사람을 상처입히고, 그 상처받은 표정을 보며 '왜 저렇게 과민해서 받아들이지?'라고 생각하고, 예의는 지키지 않으면 내가 피해를 입기 때문에 지킨다. 윗사람을 공경해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닌, 내가 약자고 상대가 강자이기 때문에 그를 따르고 존경하는 척을 한다. 

 

나는 본래 가톨릭 모태신앙이었다. 내가 자라면서 종교에 회의를 느껴 신앙을 포기했을때, 나는 그와 같이 도덕성  또한 같이 버린 것이다. 선과 악, 도덕과 윤리의 세계관이 나에겐 종교와 한데 묶여 양심이라는 이름으로서 학습되었다. 종교를 버리니 윤리, 도덕 등의 가치관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이, 그저 '규범'으로서 남게 되었다. 양심이 사라지고 그 빈 자리에 공허한 허무주의만이 남은 것이다.

 

강서구 PC방 사건에 나는 분노하지 않았다. 왜 저걸 가지고 저렇게 호들갑을 떨지? 살인사건이 한두가지인가? 라는 생각을 했을 뿐. 책을 몇 권 가지고 있었던 남궁인 작가가 PC방 사건 환자의 정보를 공개했을때, 나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아닌, '남궁인이 대어를 물었네'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극심한 우울감에 빠졌을 땐,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람을 죽이고 잡히기 전에 나도 죽어볼까 라는 생각도 손쉽게 했었다. 도덕과 윤리를 이루던 것이 사라지니, 나를 제어하는 것은 사회적 법규만이 남은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땐 충격받기는 커녕 '나랑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해병대캠프 사건이 터졌을 때, 내가 그곳을 갔다온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ㅋㅋ 나는 안죽었네?'라고 생각하고 잊었다.

 

나는 인간성을 잃은 것이다.

 

 

 

 

최근에 아래에 있는 짧은 만화 이미지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 읽었을 때, 나는 대체 저것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이치에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자각했다. 나는 너무나 뒤틀려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는 것을.

 

 

4913ff06e2637.jpg

  • 18.10.22 02:24 (*.182.81.11)
    도덕을 당위라는 관념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면 그렇게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도덕이란 종교와는 무관하게 존재 가능한 것이고, 그건 분명 공동체적 가치에 봉사함. 공동체를 거부하고 파괴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아닌 이상, 도덕(자꾸 도덕이라고 하면 당위적인 관념으로 이해되기 쉽긴 한데 일단 도덕이라고 씀)의 필요성은 체감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함. 그게 비록 유용성의 영역에 한정되더라도... 쓰니가 공동체라는 관념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당
    종교인들이 흔히 종교가 없으면 종교적/당위적 규범까지 사라져버린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딱 그 맥락에서 이해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네...
  • ㅇㅇ 18.10.22 03:08 (*.160.45.99)
    도덕의 필요성을 인식 못하는건 아니고... 나는 말 그대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으로서만 도덕을 지키게 되었음. 평생 학습해온 '신'이라는 절대선을 부정하게 되니, 그 부작용으로 근본적으로 '공동체를 파괴하면 뭐 어때?'라는 허무주의에 기반한 생각도 하게 되고. 즉 행동으로서의 도덕은 지키되 나의 윤리성엔 큰 결함이 생긴것임. 한마디로 선한 사람이 아니게 된 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종교 없이 도덕과 윤리가 존재하지 못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그냥 밤에 현타와서 내 얘기를 한 거지만, 만약 종교적 회의감으로 인해 종교를 상실한 사람의 경우, 특히 중간에 혐신론적 사상을 거쳐 종교를 상실한 경우 나와 같이 종교적 양심에 의해 억눌러온 반사회적인 성격이 드러날 수 있을듯.
  • 치토스 18.10.22 03:25 (*.91.0.171)
    사람은 혼자서는 살기 힘듬. 타인과 에너지를 주고 받아야 더 활기차고 생산적인 삶을 살수있음.
    내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 사실 자기에게도 상처를 주는것임. 그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벽을 쌓을수도 있지. 그 순간순간은 무감각하게 넘길수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서 그것이 내면에 쌓이면 결국은 곪아서 병이 된다,
    사람이 사람에게 착하고 친절한 것은 사실은 좋은 에너지를 받고 싶어서 그런것이라고 볼수있다.
    나는 어렸을때는 이런것들에 대해 무신경했었는데(모르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겠군, 그로 인해 고통을 겪으면서도 모르고 있었음)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은 사람 사이에 에너지 주고 받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뼈저리게 느낀다. 까칠한 말 한마디, 따스한 말 한마디가 타인 뿐 아니라 자기에게도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겠음.
  • 18.10.22 03:49 (*.111.7.84)
    도덕은 그냥 사회 내 암묵적 합의, 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누군진 모르지만 거기에 양념쳐서 엄청 대단한걸로 만들었지만 ㅋㅋㅋ
  • ㅈㄸ 18.10.22 06:13 (*.108.25.252)
    법 이전에나 도덕이 의미를 가졌지. 법이 있는 시대엔 그냥 과거의 잔재지.
  • ㅇㅇ 18.10.22 16:42 (*.182.81.21)
    이번 강서 pc방 사건 대중들 반응 보면서 진짜 소름돋았음. 글쓴이 말마따나 살인사건 한두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무슨 유대인 학살한 히틀러 마냥 비난하고 전국민이 알 정도로 공론화 된 것 자체가(살인자 옹호하는게 절대 아님). 근데 그들의 반응에서 내게 보이는건 뭔가 도덕적인 신념에서 피의자를 비난하는 그런 바른 사회의 모습이 아니라 되게 이기적이고 동물같은 느낌?? 지금까지의 살인사건들은 자신들 일상과 멀어보여서 딱히 관심 안가졌는데 이제 PC방 같은 곳에서 대놓고 우발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나니까 자기들도 갑자기 죽을 수 있겠다 싶은 불안감이 생겨서인지 이 악물고 사형 외치는 걸로 밖엔 안보인다.
  • ㅇㅇ 18.10.22 17:01 (*.85.75.145)
    살인사건이 한두번 일어나는 게 아니라지만...
    이번에 대단히 이슈가 된 건 피의자의 잔혹성과 경찰의 미흡한 대응때문이지않나?

    얼굴과 목 주변만 30번 깊게 칼로 찔려서 '21세' 청년이 pc방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에 무고하게 죽었는데 그것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불친절한 서비스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거기다가 피의자 동생이 어떤 의도였던 간에 방해지만 하지않았다면 살았을 지도 모른다.(피해자는 190cm 신장에 검도 유단자였다고 하는데.)

    그리고 묻지마살인은 예방책도 없어. 누구가, 어디서, 어떻게,
    어떠한 흉기로 살인당할 지 모른다. 라는 공포감또한 이 사건의 이슈화에 영향을 끼쳤겠지.

    또 피의자 가족의 '항우울제 복용', '심신미약'따위의 궤변도 국민들의 분노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겠지.
    음주, 심신미약따위로 감형 받은 사람이 한 둘이냐?

    글쓴이라던지 위에 댓글쓴 사람이라던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는 절대로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태클 걸 생각도 없음.

    두서 없이 막 댓글 쓴 건 이해 좀. 아무튼 너희들 생각만큼 대중들은 그렇게 우매하지않다 이거야.(다수의 대중들이 항상 옳다는 걸 말하려는 것은 아님. 다만 그렇다고 다수의 대중들이 항상 틀린 것또한 아님.)
  • ㅇㅇ 18.10.22 17:11 (*.85.75.145)
    그리고 착해질 필요는 없음.
    도덕이란 개념도 이제는 허상에 가깝지않나?
    남들에게 착해져야하고, 깍듯이 예의발라야하고, 손윗사람을 무조건 공경해야하고...
    우리나라는 더 이상 유교국가가 아님.
    단지 네가 상식의 선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ok인 거임.
  • ㄷㄷ 18.10.23 09:45 (*.222.49.83)
    왜 이렇게 심각한거냐! 그나저나 양철이는 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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